관객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부며 관객의 수동적인 역할을 비판하다.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

관객모독_패터 한트케

 
 
'관객모독'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극작가 패터 한트케(Peter Handke)가 쓴 희곡으로 전통적인 연극과 관습을 거부한 작품이다.  
 
 
패터 한트케는 1942년 12월 6일 출생했고 오스트리아의 작가, 번역가이다.  1966년 첫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하여 데뷔했으며, 기존 관습을 깨는 작품 활동을 많이 하여 '우리 시대의 가장 전위적인 작가'라고 불린다.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배우 들이 말로만 진행하는 언어극이라는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부으며, 기존의 연극에서 관객이 가지고 있던 수동적인 역할을 비판한다.  언어의 의미가 아닌 그 형태 자체에 집중하며, 언어와 연극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p22 여러분이 구경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주체입니다.  여러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 언어의 중심입니다.  p30 의미없는 언어들 사이의 휴식이 있을 뿐. 
 
p38 여러분은 하나의 유형을 이룹니다.  여러분은 동일해집니다.  여러분은 자의식을 상실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관객이 됩니다.  여러분은 청중이 됩니다.  여러분은 무감각해집니다.  여러분에게는 눈과 귀만 존재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시계 보는 일을 잊게 됩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잊게 됩니다.
 
 
 
강남 교보문고에 가끔 들린다.  가서 책도 사고, 가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기도 하는데 <관객모독> 페터 한트케 작품이 딱 그랬다.  얇은 책 두께도 마음에 들었고 뭔가 관객을 모독하는 속임수 같은 펀한 일이 벌어지는 내용인가? 짐작하며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난  한 숨에 멈출 수 없는 드라마를 보듯 읽어 내려갔다.   맛깔나는 욕쟁이 할머니의  구성진 비난에 중간 중간 모독 당하는 느낌도 불쑥 들어 그만 읽을까? 생각들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뭔가 있으리라. 기대감에 멈추지 않았다. 
 
 

 
 
음..... 
 
신나게 욕을 먹는것 같기도 하면서,  현 세태에 대한 비난이 느껴지기도 하고.... 마지막엔 관객을 향한 무지막지한 욕설을 날려 버린다.  난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뭐지? 뭘까?  작가는 이 책을 쓴 의도가 뭘까?  ....
 
 
난 유심히 생각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나는 정리를 해본다.  한마디로 군중심리? 군중에 속한 개인은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법칙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관객은 동일한, 유형을 이루며 연극에 빠져들게 되면 자의식을 상실하게 되고 무감각해지며, 심지어 자신을 잊게 되는 상황까지 온다. 
 
문득 작가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궁금하여 찾아 보았다.  당시  헌트케가 오스트리아 47인 문학인들 집단이 건조하고 틀에 박힌 서술로 독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비판했다는데 어쩜 <관객모독>이란 이 책이 그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쓰여진 게 아닐까? 
 
 
그리곤  다짐한다. 
모독 당하지 않도록 군중심리에 휩쓸려 '나'를 잃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