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수용소 생활이 행복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운명' 임레 케르테스

운명_임레 케르테스

 
 
쌉싸름한 순무와 잠깐의 휴식을 약간의 배려(?)를 참혹한 수용소 생활에 임레 케르테스에게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작가의 침착하고 담담한 받아들임과 표현은 꽤 신선했다.
 
 
'운명' 이라는 책은 헝가리의 작가 임레 케르테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년 죄르지가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겪는 고통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수용소에서 겪는 비인간적인 대우와 폭력, 배고픔, 추위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수용소에서 해방된 후에도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의 상처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보여 주고 있는데 200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임레 케르테스는 처음에는 헝가리내에서 주목 받지 못했으나 200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기존 홀로코스트 작품을 쓴 작가들과 동일한 목적으로 작품을 탄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수용소내에서의 부당함과 참혹함을 고발하기 보다는 오히려 강제수용소 생활이 행복했다고 고백하면서 읽어내려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대신 화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하게 했다.  
 
 

강제 수용소 현실과 주인공의 시간 인식의 괴리때문에 독자들은 어린 임레가 얼마나 고통속에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었고, 이 모든것들을 남의 집 일 얘기하듯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p177 온 몸이 어떤 구멍이나 공간으로 바뀌어 버린 듯했다.  나의 눈은 오직 이를 위해 존재했고, 나의 모든 의식 역시 이러한 역할만 하라 수 있었으며 이것이 나의 모든 행위를 지배했다.  - 배고품에 자신의 몸이 아무것도 걸러지지 않는 텅텅비어 있는 구멍이나 공간으로 바뀌어 버린 듯하다고 표현한다. -
 
 
온몸에 이가 들끓고 상처가 썩어 문들러져 자신의 피와 살을 파먹는 작은 벌레에 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상태의 어린 임레 케르테스는 오히려 그 작은 생물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장면이 마음 아파왔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책박람회에서 구입한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장작이며, 뭔가 모르게 나의 마음을 움직여 데리고 온 책이다.  분명 홀로코스트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글에서 분노가 보이지 않아 의아해 하면서 읽은 책인데 마지막에는 강제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난 느낄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속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려는 몸부림이 아니였을까?
 
 
 

"" 홀로코스트 뜻? 
제 2 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
일반적으로는 사람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죽이는 행위를 말한다. ""



 

p284 극복하지 못할 불가능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아가라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휴식 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잠깐의 휴식시간 안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임레는 말하고 있다.)
 
 
p282 운명이 있다면 자유한 없다.......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 우리 자신이 곧 운명이란 뜻이다.  (사실 어려운 부분이다.  운명이라는 주어진 큰 틀 안에서 그 속의 수 많은 여건들만 인간들이 선택할 뿐이다..? ..... 아니 내가 즉 내 자신이 곧 운명이란 뜻일까?  내가 운명을 만들 수도, 개척해 나갈 수도 있다는 뜻?)
 
 
자신이 겪은 수용소 생활로 평생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갔을 수 많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우리 조상들의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보고 느끼고 있자면 분명 직접적인 내가 아닌 타인의 고통인데 시리게 아프다. 
 
 

아우슈비츠_폴란드 크라쿠프 서쪽 70km 오시비엥침

 
 
제 작년 유럽 여행 때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약 7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다녀 온 적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하기 위해 만든 강제 수용소이다.  칙칙한 지하 감옥, 유대인들을 모아 태워버렸다는 굴뚝, 학살당한 유대인들이 남긴 많은 신발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였고 우리는 관광 온 듯 사진을 찍지는 말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이라는 책을 읽고 방문했기에 상상할 수 있었다.   임레가 있었던 철장 안,  순간순간 행복을 느꼈던 따스한 햇살, 누울 수 있는 공간에 행복을
느꼈던 2층 침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임레케르테스가 이 책을 썼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삶에 대한 희망, 고통에 대한 처절한 속임수아니였을까..

자의식을 '나'가 아닌 적당히 거리를 둔  제 3자 시선으로 내가 아닌, 나 인듯. 타인의 고통을 바라 보듯이. 
 
 
 
당시 우리 가족이 방문했을 때 어떤 학생 무리들이 등에 불교 표시와 비슷한 문양을 한 국기를 두르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궁금하여 물었더니 독일 학생들로 자신의 조상들의 만행에 대한 사죄 하기 위한 일종의 행위라고 한다.  순간 난 뭉클했다.  참 비교된다. 우리 옆 동네 일본과.....  일본은 왜 참회하지 않는 것일까?  정치집단의 명분과 응집?